철컥철컥철컥...
중무장한 병사들이 대열을 이룬 채 발할라 요새 정문을 통해 들어가고 있는 와중에, 스필만은 요새 정문을 중심으로 널부러진 부상자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끔직한 전투.. 수 많은 병사들이 죽었다. 바르슈레프의 잔존 세력과 미스텔, 폰테그란데,아브로,시스테르나 왕국이 연합한 최후의 전투에서 연합은 비록 승리하긴 했지만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스필만은 감상만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서둘러 사제들을 돕기 시작했다. 여기 저기 널부러진 시체 사이로 아직 살아남은 병사들이 사제들의 도움으로 치료를 받고 있었다. 부상당한 병사 한 명을 부축하면서 스필만은 거대한 시체와 시선이 마주쳤다. 수많은 작은 시체들.. 병사들의 시체들 주위로 쓰러진 거대한 시체.. 우리가 알고 있는 둠 나이트보다도 더욱더 끔직하고 공포스러운 존재... 고대의 둠 나이트였다. 쓰러진 에이션트 둠 나이트의 면갑에선 시꺼먼 애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스필만은 구역질을 느꼈다. 저 공포스러운 존재와 싸웠던 것인가 우리가...
어느 정도 정리가 마무리되어가고 있는 가운데, 스필만은 아직도 일어서질 못하고 있는 홀리 나이트에게도 달려갔다. 사제가 그를 담당하고 있었지만 치료는 쉽지 않아 보였다.
"사제님, 제가 돕겠습니다."
"아, 부탁하오. 기사분의 상태가 많이 안 좋으셔서..."
스필만이 홀리 나이트를 부축하려하자 그 기사는 화를 내며 뿌리쳤다.
"감히 무얼 하는 것이냐, 나는.. 홀리 나이트다.. 결코 쓰러지지 않는다!"
역시나 자존심 높은 홀리 나이트였다. 하지만 스필만이 보기에 그는 영원히 일어설 수 없어 보였다.
바르슈레프 보병강행부대 소속 스필반 폰그림 중사. 그는 타도 발할라전부터 참여했던 경험높은 베테랑이다. 당시 신병이었던 그는 이제 전투에는 이골이 난 사람이었다. 30대중반인 그는 휘하 병사들에게도 높은 존경심을 받는 하사관이었다.
"홀리 나이트 최후의 전투였군...."
쓰러진 채 숨을 헐떡이던 그 홀리 나이트가 이렇게 중얼거렸다.
"최후라니요...? 홀리 나이트는 이번에도 둠 나이트에게 승리했습니다."
사제가 의아한듯 묻는다.
"홀리 나이트는 이제 대륙의 수호자가 될 수 없다... 그만한 힘을 잃었으니까.... 잔존한 우리 기사들은 이제 100명도 되지 않는다.."
기사는 찬란한 문명의 종말을 예고하고 있었을까? 당시의 스필만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일리아 발레르를 중심으로 뭉친 백색 연합은 대륙 최후의 적 다스하이히를 물리쳤다.
가장 힘들었던 전투가 끝나고.. 각 왕국의 군대는 자신들의 땅으로 돌아갔다. 신의 공격으로부터 불모가 된 자신들의 왕국을 재건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스필만도 바르슈레프 임펠로 귀환하고 있었다.
쥬노 루이스 장군이 지휘하는 바르슈레프 원정대는 보병강행부대, 기병돌격부대, 홀리나이트들로 이루어져있다. 스필만은 보병강행부대의 하사관으로서 대열을 이룬 병사들속에 끼어 길을 걷고 있었다.
길을 걷던중 한 병사의 외침을 들었다. '저길봐' 스필만과 병사들의 시선이 그 병사가 가리킨 곳으로 향했다.
산턱에 보이는 거대한 성채. 시커멓게 그을린 어두운 폐허는 바로 예전 바르슈레프의 수도였던 곳이었다.
보이지 않는 위압감이 스필만에게 느껴지고 있었다.
게르하르트 영내를 지나 무르만스크 주둔지(현 바르슈레프 장악)에 이를 무렵 보병강행부대는 선두에 있던 홀리 나이트들과 뒤쳐지고 말았다. 지휘관들은 강행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고, 전투에서의 피로가 아직까지 회복되지 못한 병사들은 점점 헐떡거리기 시작했다.
스필만은 휘하 병사들에게 필요없는 짐은 버리라고 지시했다. 어차피 바르슈레프에 도착하면 기본적인 물품은 다 얻을 수 있다. 물과 식량 무기를 제외한 도구들이 바닥에 내던져졌다.
7일간의 행군이 계속됬지만 낙오자는 없었다. 모두들 수많은 전투를 견뎌온 베테랑들이었다. 약한 자는 모두 전투에서 죽었다. 보병강행부대도 어느덧 홀리 나이트들과 합류하여 무르만스크를 지나 미스텔에 다다르고 있었다. 지루한 행군이 계속되었다. 병사들도 말이 없었다. 스필만은 조용히 그들을 따라가고 있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푹.
스필만의 앞에서 걷고 있던 장교의 투구의 뒤쪽으로 빨간 피가 묻은 화살촉이 뻗어나왔다.
"매복이다!!"
대열을 이루던 병사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동시에 수십개의 화살이 그들이 걷던 대로쪽으로 날아왔다. "방패!!" 서둘러 병사들이 방패로 방어동작을 취했지만 화살은 한 방향에서 날아오지 않았다. 스필만의 시야에서 여러 병사들이 쓰러졌다.
"중사님!! 놈들이 숲속에 숨어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갈벤 하사가 방패로 몸을 숙인채 소리쳤다. 스필만은 홀리 나이트들을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앞쪽에서는 이미 전투가 시작된 듯 했다. 금속음이 부딪치는 소리가 스필만에게까지 들려왔다.
"원형으로 방어태새를 구축한다!!! 서둘러!!"
다급한 장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산개된 병사들이 서둘러 한 곳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와아아아!! 함성 소리와 함께 숲속에서 적군이 뛰쳐나왔다. 순간 바르슈레프 병사들은 얼어버렸다.
홀리 나이트였다.
활을 들고, 가죽 옷을 입고 있었지만 그들이 가진 검은 -홀리 그래이더- 홀리 나이트들의 마법검이었다.
"위...위험해!!"
한 병사가 기겁을 하는 동시에, 홀리 나이트가 검을 휘두르자 번쩍이는 빛과 함께 일단의 병사들이 갈갈히 찢겨지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방패도 공격도 소용없었다. 서둘러 앞쪽의 본대 홀리 나이트들과 합류해야했다.
"선두로 이동한다!! 서둘러!"
가죽옷의 홀리 나이트들은 활을 다루는대에도 익숙했다. 한 홀리 나이트가 쏘아올린 화살이 동시에 두 명을 궤뚫어 버렸다.
"중사님!! 다른 녀석들이 반대쪽에 있습니다!!"
"구할 순 없다.. 우리라도 가야 한다!!"
병장 고아슨의 표정이 어두웠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스필만이 지휘하는 소대원중 그와 병장 고와슨을 포함하여 4명밖에 남지 않았다. 총원 9명중 5명이 죽거나 실종되고 말았다.
커다란 대로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곳곳에서 빛이 번쩍였고 빛이 사라진 곳에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시체밖에 남지 않았다.
스필만은 계속 달렸다. 전투는 순식간에 종결되려 하고 있었다. 앞쪽의 대로도 거의 전멸, 소수의 병사들이 저항을 하고 있었다.
'대체 왜 홀리 나이트가...'
"중사님! 전방을 보십시오!"
상병 알웬이 소리쳤다. 스필만은 서둘러 몸 움직여 숨을 곳을 찾았고 병사들도 그를 따라 행동했다.
선두그룹에서는 이미 전투가 종결되고 있었다. 병사들과 지휘관은 모두 죽었고, 틈틈이 아군 홀리 나이트의 시체도 보였다. 쓰러진 시체들 너머로 4명의 홀리 나이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3명은 가죽 옷이었고, 한 명은 홀리 나이트 정복을 입은 아군이었다.
"대체.. 왜인가!! 닐사라스!!"
정복을 입은 홀리 나이트가 고함을 질렀다. 아니, 고함이 아닌 처절한 몸부림 같았다.
"...... 모르고 있는 것인가"
가죽 옷을 입은 홀리 나이트중 가장 왜소한 체격을 가진.. 아니 여자였다. 그 홀리 나이트가 말했다.
"우리의 목적을 잃어선 안되, 호넷."
"왜.. 아군을 공격한 거지?"
"아군 적군의 구분이 필요 없어졌다.. 이젠 단순히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일뿐"
"전쟁인가..."
가죽 옷의 여자 홀리나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전쟁. 대부분이 모르고 있는 사실이야, 호넷. 이 대륙은 전쟁이 사라지면 멸망한다."
"뭐라고!?"
정복을 입은 홀리 나이트가 기겁을 했다.
"평화의 수호자를 자칭했던 너희들이 이제 전쟁을 주도하겠단 것이냐!!"
"어쩔 수가 없어... 난 사실을 말한거다. 만약 전쟁이 없어지면......"
가죽 옷의 여자 홀리나이트가 말을 얼버부렸다.
"그 결과는 실로 끔찍하다..."
그리고는 검을 들었다.
"미안하다, 호넷. 부디 날 용서해다오."
"그래서 이제 어쩔 셈인가?"
"우리는 비록 소수이지만 앞으로 10년간 전쟁을 유지할 전력은 가지고 있다. 말 그대로 계속 할 것이야."
"......."
정복을 입은 홀리나이트가 고개를 숙였다.
"나도 알겠다. 평화만 남은 이 세상에 어떤 결과가 초래할지... 하지만... 그 평화야 말로 우리가 꿈꾸던 것 아니던가.. 설사 멸망한다 해도.. 우리는.. 으읔!!"
가죽 옷의 여자는 정복을 입은 홀리 나이트의 심장에 검을 꽂은 뒤였다.
"재앙을 부르고 싶진 않다..."
스필만은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전쟁이 없어지면 멸망이 온다니.. 그것이 무슨 소리인가.. 스필만 뿐만 아니라 다른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평화가 오면 세상이 멸망하는거죠??"
"그건 제가 말씀드리도록 하죠."
병사들은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한 여자가 그들을 보고 있었다. 햇빛은 그녀가 보는 시선의 반대쪽으로 비추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그녀의 얼굴이 병사들에게 공개되고 있었다.
"당신은...!!"
스필만이 그녀를 가리켰다. 그는 그녀를 알고 있었다. 최근 전투에서 수많은 공을 세운 홀리 나이트.
다르엔 프리덤
하지만 스필만은 영웅을 만나 마냥 기뻐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병사들을 습격한 홀리 나이트와 마찬가지로 가죽옷을 입고 있었다.
"단, 제가 인정할 수 있는, 역사에 남을만한 강한 분이라면 말이죠."
다르엔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손이 번개처럼 움직였고, 동시에 상병 알웬의 입에서 피가 터져나왔다. 어느새 다르엔의 검이 그의 심장에 박혀있었다.
"중사니임!!!!!!!!!"
비명소리와 함께 병장 고와슨의 몸에서 선혈이 튀었다.
피가 스필만의 얼굴에 묻었다. 퍼범벅이 된 그의 동공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과거에도 홀리 나이트와 싸워본 적은 없었다. 둠 나이트와 싸워본 적은 있지만.. 둠 나이트도 무서운 상대지만 여럿이 뭉쳐서 공격한다면, 그리고 홀리 나이트가 항상 같이 있었기에 쉽게 이겨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 혼자다.
따르던 병사들이 순식간에 모두 죽고, 스필만 혼자서 다르엔과 대치하고 있었다. 혼자서 홀리 나이트를 이길 수는 없다. 더욱이 바르슈레프의 영웅중 한명인 다르엔 프리덤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두려워할 스필만이 아니었다. 그는 베테랑이며 검사이고, 전투에서 살아가는 자였다.
검을 쥔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처음 전쟁에 나섰을 때 부터, 죽을 각오는 하고 있었다. 지금도 그때와 다르지 않다..."
홀리 나이트의 강점은 바로 번개같은 반사신경 어떠한 공격이든 순식간의 움직임으로 피할 수 있다. 하지만 힘이 약하다는 결점이 있다. 스필반은 천천히 검을 내리면서 전략을 구상해보았다. 어떠한 공격을 하든.. 번개같은 반사신경 때문에 무조건 막힌다.
'그렇다면... 첫 타를 그대로 맞고 다음 공격을 한다면... 가능할지도 몰라...'
스필만은 다르엔을 노려보았다. 그녀의 얼굴엔 어떠한 미동도 없었다.
'간다!'
스필만의 발이 빠르게 움직이면서 시원한 바람이 그의 얼굴에 느껴졌다. 검을 최대한 내리면서 다르엔에게로 돌진했다.
'첫 공격은 아래에서 위로.. 하지만 분명 막아내거나 피해서 내 옆쪽을 노릴것이다. 그럴 경우 공격을 그냥 맞는다.. 통증에 의식을 잃지 않고 그대로 검을 180도 돌려 찌르는 것... '
스필만이 검을 올려치자, 다르엔은 예상한듯 옆으로 피했다. 하지만... 공격은 예상외의 곳에서 왔다.
다르엔은 그대로 옆으로 피한 다음 공격하지 않고 뒤로 물러났다. 스필만이 주춤할 틈도 없이 곧바로 검을 직각으로 찔러넣었다.
스필만의 눈에는 동작이 보이지 않았다. 질풍과도 같은 소리와 함께 스필만의 몸은 그대로 두동강이 났다.
"왜지.. 왜 우리를..."
스필만은 힘없이 중얼거렸다. 다르엔은 슬픈 얼굴로 스필만을 내려다 보았다.
"당신... 약간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군요. 홀리 나이트급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스필만은 고개를 끄덕였다. 뛰어난 정도는 아니지만 그도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이 능력은 특별하다기 보다는 보통 사람들중 3분의1정도는 가지고 있는 능력이었다.
"말해다오, 바르슈레프의 영웅이여.."
"당신이 가진 에너지 때문입니다."
"어째서..?"
스필만은 아직 더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굳게 가졌다. 비록 죽기 전이라도... 사실은 알고 싶었다.
"에너지야 말로 이 세상을 지켜주는 힘.. 에너지가 방출될때마다 이 대륙의 배리어가 생성됩니다."
"에너지가...... 방출된다는 것은....?"
"바로 전쟁..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죠... 그럴때마다 에너지가 방출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평화가 온다면 에너지는 방출되지 않고..."
"......"
다르엔은 힘겹게 말을 이었다.
"이 세계를 감싼 베리어는 사라지게 됩니다."
"베리어가 사라진다면... 대륙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당신... 아니..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세계와 연결이 됩니다. 그 뒤의 결말은......생각만 해도 아찔하군요...."
스필만의 의식은 점점 희미해져가고 있었다. 다르엔이 말을 이었다.
"당신의 희생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닙니다. 에너지로 대륙을 보호하자는 숭고한 희생인것... 부디.. 편안히 잠드시기를.."
그런 이유였다. 하지만... 몇 명을 죽였다고 해서 평화가 사라질 일은 없었다..
다르엔의 행동은 바르슈레프에 알려졌고, 큐리언 프리져드를 중심으로 한 원정부대가 출발했다.
큐리언 프리져드가 다르엔을 잡기 위해 부대를 이끌고 파견된 후, 갈로와 클로크는 마침내 한권의 책을 완성하기에 이르었다.
그의 나이 46세. 본래 독서를 좋아하던 그였고 한권의 책을 내는 것도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번에 그가 완성한 책은 조금 이상한 부분이 적지 않았다.
그의 서 '에너지의 근대사'는 과거의 역사서인 '중세사-벨라오스 저(약 600년전의 사람으로 추정됨)-'를 거의 재번역한것과 뒷부분에 현대의 내용을 약간 추가한 것이 전부였다.
처음 다르엔이 사건을 일으켰을때 가장 담담히 반응하면서도 가장 놀랐던 사람이 바로 갈로와였다. 그는 다르엔의 행동을 내심 알고 있었고, 섭정인 큐리언에게 보고할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너무 위험한 일이었다. 큐리언을 비롯한 각료들이 이 끔찍한 사실을 알게 된다면... 큐리언마져도 다르엔처럼 변할 가능성이 적은 것도 아니었다.
다시금 그의 행동을 결정하기 위해.. 그는 자신의 책을 살펴나갔다.
1.고대사
처음 대륙은 파란 색이었다.(바다로 추정됨) 파란 대륙의 사이사이로 진짜 대륙이 있었다. 그곳에는 지적으로 진화된 동물이 살고 있었는데 그들이 바로 인간이었다. 섬들은 여러 개였고 인간들은 다른 섬에 살고 있는 다른 인간들과 접촉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인간들은 초자연적인 힘을 발견하였고, 이 방법으로 다른 섬의 인간들과 접촉할 수 있었다. 인간들은 생존법을 알게 되고... 군락을 이루었으며 , 집촌이 형성되었다. 그 후 세력이 형성되고, 왕국이 세워지기 까지는 약 7천여년이 걸렸다.
2.중세사의 시작
한 인간이 배를 개발하였고, 그는 배를 통해 다른 육지에 도착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으로 치부되며, 이 시점을 기준으로 인간의 진정한 역사가 시작된다고 학설은 말한다. 또한 이때부터 기원력이 적용되었다. 기원 1년. 한 섬에 도착한 인간은 신기한 것을 발견하였다. 그곳의 사람들은 뭔가 정숙하고 조용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상처를 치료할 수 있었다. 심지어 그들은 불사도 가능했다. 배를 타고 온 인간은 이 능력을 배우고 싶어했고, 그곳의 사람들은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그 당시 섬은 정확히 13개가 있었고, 특별하게도 각 섬에 살고 있는 12종족들은 저마다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오직 하나의 종족, 배를 타고 온 인간의 종족만이 그러한 능력을 가지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치료와 불사의 능력을 가진 종족도 문제가 있었다. 바로 자신들의 섬에서 식량이 고갈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때쯤 배를 타고 온 인간은 그곳 종족의 여인과 사랑에 빠져있었다. 여인을 통해 사정을 알게 된 그는 자신이 온 섬에서 함께 살 것을 제의했고 그곳의 종족들은 모두 기뻐하였다. 배를 타고 온 남자와 섬의 여자의 사랑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이들이 바로 뮤라크와 타히라였다.
배를 만드는 동안 기아의 압박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불사의 존재라고 해도 식량이 없으면 죽게 되었다. 배가 완성되고...
배를 타고 뮤라크의 땅으로 가기까지 약 80%의 종족 인간이 기아로 죽었다. 마침내 족장의 아들 타이는 살아남은 부족을 이끌고 뮤라크의 땅에 도착하였다.
뮤라크의 땅은 매우 원시적이었다. 타이는 이들에게 자신들의 능력을 알려주었다. 엄청난 능력에 섬의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고, 사람들은 타이의 부족들을 죽지 않는 존재로서 신으로 섬겼다. 타이는 '존재하는 자'로서 '타이타리안'이란 이름으로 불리우게 되었다.
3.중세의 암흑기
신 부족의 가르침아래 사람들은 성장해나갔다. 하지만... 그들을 데리고 온 뮤라크와 타이라티안의 여식인 타히라의 사이에서는 어두운 조짐이 보이고 있었다. 타히라는 직접 뮤라크에게 능력을 전수해주는 담당자였지만, 그녀는 너무 과도한 능력을 뮤라크에게 주려고 했다. 하루빨리 자신들과 같은 사람이 되기를 바랬던 것이다.
이러한 '과도적인 학습' 뮤라크를 포함한 몇몇 사람들에게도 나타났다. 자의식이 사라져가고, 동공이 팽창되었다. 알수없는 말들을 중얼거렸다. 타이타리안 또한 이러한 경우는 처음이었기에 일단은 그들을 격리시켰다.
뮤라크를 포함한 9명이 격리되었다. 타히라는 반대했지만 타이타리안이 묵살했다. 격리된 사람들은 점점 이상해져갔다. 그중 뮤라크의 증세가 가장 심했다. 몸이 점점 무거워지고, 단순한 욕구본능만이 점점 머리속에 떠올랐다.
1달이 지난 시기에, 격리된 9명은 마침내 감옥을 부수고 뛰쳐나왔다. 사람들이 탈출한 그들을 보았을 때.. 그들은 이미 인간이 아닌 짐승과도 같았다. 그들은 보이는 사람들을 닥치는대로 죽였다. 일종의 광기 현상이었다.
타이타리안은 서둘러 싸움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모았다. 하지만 그들의 능력은 전투와는 거리가 먼 것들이었다. 피해가 속출했다. 타이타리안은 힘을 모아서 그들을 저지하였고 9명중 7명을 죽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뮤라크와 그를 따르던 발디스, 그리고 타이타리안을 배신한 타히라 이렇게 3명은 서쪽으로 도망쳤다.
도망친 뮤라크, 발디스, 타히라는 서쪽의 인간들에게 자신들의 능력을 가르쳤다. 사람들은 하나, 둘씩 이성을 잃어갔다.
4.최초의 전쟁 -라그벨루스-
타이타리안의 지도아래 사람들은 급성장을 거듭했다. 그리고 마침내 타이타리안은 자신을 왕으로 추대하여 대륙의 첫번째 왕국 -라그벨루스- 을 세웠다. 라그벨루스 왕국은 영토를 넓혀나갔고, 수많은 부족들이 그들을 따랐다. 거대한 섬을 차지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용맹한 라그벨루스의 군대가 서쪽 대륙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끔찍한 광경을 목격했다. 거대한 갑옷을 입은 인간들... 면갑 사이로 보이는 얼굴에서는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그들의 눈은 이미 정상이 아니었다. 현대에서 바론 오브 헬(지옥의 남작)이라 불리는 둠나이트의 시초이자 뮤라크의 최정예 전사들이었다.
라그벨루스 병사들 또한 에너지로 무장한 전사들이었지만 최초이자 최강의 둠 나이트를 이길 수는 없었다. 첫번째 군대가 대패하고... 두번째 군대도 대패했다. 세번째 군대가 출병하려던 순간, 뮤라크의 둠 나이트 부대가 직접 라그벨루스를 공격하였다.
개전 4일만에 라그벨루스의 수도를 제외한 모든 지역이 초토화되었다. 타이타리안은 능력자들을 모아 수도에 베리어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바론 오브 헬에 대항할 전사들을 키우기 시작하였다. 일반적인 병사로는 어림도 없었다. 저들이 에너지로 상대하듯이, 이쪽도 에너지로 무장한 정예 병사가 필요했다. 이것이 바로 '홀리 나이트'의 시초였다.
신족이 아닌 인간족에서 대상자가 추출되었다. 그 당시 신족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족은 주로 왕국의 각료 혹은 병사쪽에 많이 몰려 있었는데, 초기 둠 나이트의 공격에서 대부분이 죽고 이제는 약 80명밖에 남지 않았었다. 그렇기에 여러 인간들중 신족이 가르쳐준 능력에 뛰어난 자질을 보이는 인간들이 선출되기 시작했다.
첫번째 교육에는 70명이 선발되었다. 하지만 이들은 실험대상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첫번째 교육에서도 둠 나이트와 같은 광적인 반응을 보이는 자들이 속출하고 말았다. 이러한 실패속에서 '홀리 나이트'를 만들기 위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베리어가 완성되자, 뮤라크의 군대는 갈 곳이 없어졌다. 그들은 배를 타고 다른 섬으로 쳐들어갔다. 다른 섬에도 이미 왕국이 생겨난 후였다. 번개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스톰 나이트'를 자랑하는 라이하르 왕국, 여러 동물들과 교감을 시도하여 그들을 자신들의 편으로 만들 수 있는 '네이쳐 나이트'의 바란 왕국, 일시적으로 신체를 강철로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브릴 나이트'의 엔셔트 왕국, 희생자의 피를 통해 자신들을 강하게 만드는 '인페르노 나이트'의 사티론 왕국 ..
이렇게 4개의 왕국이 뮤라크의 공격을 받았고 순식간에 쑥대밭이 되었다. 이 시기에 뮤라크는 패왕이라 불리게 되었고 4개 왕국을 동시 공격하였음에도 순조로운 진격을 하고 있었다. 마침내 4개 왕국이 연합하여 뮤라크를 막아내려 하였지만, 운이 좋게도 뮤라크는 자신들의 섬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타이타리안이 양성한 홀리 나이트의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홀리 나이트의 양성이 시작되고 약 450년후의 일이었다.
라그벨루스의 병사(헤르메스-궁수, 알마이트-보병, 우라노스-장교)들과 홀리 나이트들은 쾌조의 진격을 이루었다. 그들이 강해진 이유도 있었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둠 나이트들의 약화였다. 시간이 흐르고 전도가 될 수록 그들의 광기의 농도는 점점 약화되었고, 스스로 정신을 차리게 되었지만 힘도 약해지고 있었다.
둠 나이트들은 일종의 혼란에 빠졌다. 자신들이 왜 싸워야 하는지를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작 싸움의 시작은 단순한 광기로 인한 살인에 불과했던 것..
둠 나이트들은 자꾸만 밀렸고, 마침내 그들의 왕국까지 밀리게 되었다. 때마침 다른 섬에서 온 4개 왕국의 기사들(스톰 나이트, 네이쳐 나이트, 브릴 나이트, 인페르노 나이트)들도 섬에 상륙하여 뮤라크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뮤라크는 역시 최초의 둠 나이트.. 그의 광기만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었다. 피해가 속출했고, 특히 네이쳐 나이트들은 그 전부가 뮤라크에게 죽음으로서 어이없게도 대가 끊겨버려 멸종하고 만다.
결국 전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전투의 양상은 다른 섬의 4개 왕국이 뮤라크와 라그벨루스 모두를 공격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라그벨루스에는 뮤라크와의 전투로 인해 남은 병력이 없었다. 수도는 함락되었고 타이타리안은 급히 몸을 피했다.
이렇게 최초의 왕국은 이방인들의 공격으로 멸망하고 말았다. 이방인들은 라그벨루스 왕국도 뮤라크와 한통속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방인들도 곧 뮤라크의 반격으로 섬을 떠나야 했고, 그 상태에서 제한없는 휴전이 이루어졌다.
5. 근대의 시작 -바르슈레프의 건국-
최초의 왕국 라그벨루스는 지도상에서 사라졌고 그 자리에는 불타는 폐허만이 남았다. 살아남은 라그벨루스의 후손들은 뮤라크는 물론이고 이방인들까지 경계해야만 했다. 타이타리안과 신족 그리고 살아남은 인간족 홀리 나이트들은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타이타리안은 에너지를 통해 발휘되는 배리어를 통해 다른 섬의 이방인들이 오는 것을 막고자 하였다. 그와 신족들이 배리어를 만드는 데 집중하기 위해 떠나고, 라그벨루스의 폐허는 한명의 홀리 나이트에게 맡겨졌다.
헬로트 바르슈레프라는 기사는 타이타리안의 명에 따라 멸망한 라그벨루스의 국민들을 다시 하나로 뭉쳐야 할 의무를 가지게 되었다. 헬로트는 잠시만의 평화를 이용해 복원 작업을 이루었다. 그리고 그와 그를 따르던 홀리 나이트들이 주축이 되어 신생 왕국이 탄생하였고, 그것이 바로 천년의 역사를 이어갈 바르슈레프 왕국의 탄생이었다.
한편 뮤라크는 자신의 힘이 점점 약해지고 있음을 느꼈다. 다른 이들처럼 이성을 되찾아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이성의 회복을 원했던 바와는 달리, 그는 자신의 힘을 유지하고 싶어했다. 그는 자신의 광적인 힘이 약해지기 전에 육체를 둘로 나누었다. 그리고는 회복을 시작했다.
뮤라크와 타히라의 사이에서 태어난 멜라크는 스스로 게르하르트의 성을 붙여서 왕위에 올랐다. 그를 따르는 둠 나이트들과 함께...
이로서 대륙의 근대기무렵, 고대시점에서 약 7800여년만에 바르슈레프와 게르하르트의 양국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동시에 천년의 전쟁 즉 홀리 나이트와 둠 나이트의 대립도 시작되었다.
한편 타이타리안은 배리어의 완성을 이루었고, 이로서 이방인들의 침입을 완전히 저지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베리어의 에너지는 타이타리안에게서 나오는 것이었다. 즉, 타이타리안이 사라지면 베리어는 자신의 배터리를 다른 에너지를 통해 받아 유지하게 되어 있었고, 이는 불행하게도 전쟁에서 발휘되는 홀리와 둠의 에너지였다. 이 원리는 훗날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6. 외부의 전쟁 그리고 세인트 나이트
양국 구도가 벌어진지 약 800년이 지났다.
번개의 스톰 나이트, 강철 피부의 브릴 나이트, 악마 숭배자 인페르노 나이트 들은 뮤라크와 라그벨루스가 사라지자 곧바로 전쟁 상대를 서로에게로 겨누었다. 그중 인페르노 나이트들은 뮤라크만큼은 아니었지만 다른 두 세력을 견제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스톰 나이트들은 결국 전쟁에서 패하였고 왕국은 멸망하였다. 살아남은 스톰 나이트들은 섬을 건너 타이타리안의 대륙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배리어에 막혀 그들은 들어갈 수 없었다. 절망적인 상황에 부딪힌 스톰 나이트들은 타이타리안에게 자신들이 이곳에서 살게 해달라고 간청하였다. 이미 약해질대로 약해진 스톰 나이트들은 자신들의 적수가 아니라고 판단한 타이타리안은 결국 그들의 요청에 응해주었다.
그 시점에 스톰 나이트의 수장 필란트 이터널의 독녀 아리에스는 홀로 멸망한 왕국에서 탈출해 생존한 스톰 나이트들을 따라가고 있었다. 스톰 나이트들을 위해 배리어가 잠깐 열려있는 틈을 타서 대륙으로 들어온 아리에스는 자신들의 동족을 찾아 다녔다.
하지만 그녀는 그들을 찾지 못했고, 게르하르트의 어느 시골 마을에서 안주하였다. 외톨이였던 그녀를 본 한 농부는 그녀를 따듯하게 맞이해주었고, 흔쾌히 그녀를 양녀로 삼았다.
도망친 스톰 나이트들은 바르슈레프 변방에 도착했다. 바르슈레프 국왕(갈리닌의 아버지)의 지원아래 그들은 '시스테르나'라는 왕국을 세웠고 스톰 나이트라는 이름을 버리고 '세인트 나이트'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칭하게 되었다.
한편 아리에스는 본래 수탈이 심했던 게르하르트에서 군사들에 의해 양가족들을 잃고, 위기에 처한 순간 다스하이히 게르하르트의 눈에 발탁된다.
다르엔의 난은 손쉽게 제압되었다.
큐리언은 직접 다르엔을 처치하였고, 이 공으로 아드라엘 국왕으로부터 공작의 지휘를 하사받앗다.
다르엔은 여자 아이를 하나 남기고 102세(인간의 기준으로 약 17세)의 나이로 흙이 되었다. 큐리언은 아이의 이름을 래이앤이라 지었다.
아드라엘 국왕이 9세경에 다르엔의 난이 제압되었고, 그들이 두려워했던 평화는 계속되었다. 한편 게르하르트는 레퀴엠 사건 이후 카이델이 후사를 남기지 못하자 그의 측근이었던 로드게스가 대통령으로 집권을 시작하면서 공화국 체제로 변환되었고, 새로운 정치 유형의 등장에 따라 현대기에 들어섰다.
아드라엘 국왕 36세때 후사를 얻었다. 이름은 발가스 바르슈레프. 천년의 역사를 이어져 온 바르슈레프의 마지막 왕이 될 인물의 탄생이었다. 그 당시 게르하르트와 바르슈레프는 군사적인 동맹관계였으며 더 이상의 파장은 없었고, 역시 평화가 지속되었다.
아드라엘 국왕 60세. 젊은 왕자 발가스는 공직에서 물러난 큐리언을 방문하여 그에게서 가르침을 받는다. 하지만 그도, 큐리언도 커다란 재앙을 예감하지는 못했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큐리언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발가스는 고민끝에 그의 휘하 장수인 4천왕을 소집하여 큐리언을 찾도록 명령하였다.
이제부터 라스트 페이트의 내용을 소설화하여 진행합니다.
래이앤은 4천왕을 주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4천왕역시 그녀를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숲길을 걷던 솔미르가 베르너에게 물었다.
"래이앤이 거슬립니다. 왜 그러는 거죠, 그녀가?"
"글쎄..."
베르너는 기다려보기로 했다. 홀리 카운데스의 원로인 여자가 나무위를 넘어다니며 마치 하이에나가 먹이를 주시하듯 자신들을 쳐다보고 있으니 기가 막혔다. 하지만 분명 이유가 있을꺼라는 생각도 있었다.
"이그니스, 더 이상은 안되겠군. 불러보게."
베르너가 손짓하자 이그니스는 히죽 웃으며 멈춰섰다. 그리고는 홀리 그래이더 왼쪽에 부착되있던 단도 두개를 꺼내었다. 그녀는 숨을 깊이 몰아쉬었다가 천천히 뱉은후,
번개같은 동작으로 래이앤을 향해 단검을 던졌다.
퍼퍽! 래이앤이 그대로 날아올라 4천왕의 앞에 착지했을때 그녀의 양손에는 홀리 그래이더 두 자루가 쥐어져 있었다.
"설마!!!"
베르너가 기겁했다. 그녀가 들고 있는 검 한자루는 큐리언의 명검 '이노센스 홀리 그래이더'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옵니다!!"
야크가 소리쳤다! 동시에 래이엔이 광속으로 베르너를 향해 달려오며 자세를 취했다. 휙! 래이앤의 횡 공격을 점프로 피한 베르너가 동시에 칼을 뽑으며 소리쳤다.
"제압한다! 결코 죽여서는 안돼!!"
그대로 공중제비를 돌아 래이앤의 후방에 착지한 베르너가 검을 뻗으면서 금속이 번개처럼 튀기 시작했다. 이그니스도 전투에 합류했다. 원거리에서 던지는 공격이 래이앤에게 효과가 없자, 그대로 양손에 검을 쥐고는 달려들어왔다.
타앙! 래이앤이 이그니스의 검을 쳐내면서 그녀를 밀어버리자, 곧바로 후방에서 베르너의 공격이 들어왔다. 넘어진 이그니스 뒤로 야크가 달려왔다.
푸직!
야크의 사브레가 래이앤의 복부를 관통했다. 피가 튀었지만 래이앤은 미동도 하지 않고는 그대로 야크의 팔을 잡은다음 에너지를 방출했다.
"꺄아악!!"
마치 감전이라도 된듯 야크가 오열한뒤 쓰러지고, 곧바로 베르너가 밖힌 사브레를 잡아 위로 꺾었다.
푸욱! 절개되는 소리와 함께 복부의 상처가 가슴 아래까지 올라왔다.
"뭐야, 이 여자.. 좀비인가!"
래이앤은 히죽 웃으며 자세를 취했다. 한걸음 한걸음 베르너를 향해 다가오다가 순간 걸음이 느려졌다.
"아..아.."
눈에 흰자밖에 없는 래이앤의 표정이 굳어졌다. 천천히 걸음이 멈춰진 그녀는 얼마 후 바닥에 쓰러졌다.
이그니스가 야크를 챙기며 말했다.
"그냥 기절했습니다. 엄살이네요."
베르너는 쓰러진 래이앤을 보며 씁슬한 표정을 지었다.
"큐리언님의 검을 가지고 있고, 이 좀비 같은 행태.. 도대체 뭘까.. 고귀한 하프엘프였던 그녀가 왜 이렇게 변한걸까..."
"글쎄요.. 그래도 아직 죽지는 않았으니 서둘러 상처를 치료하고 임펠로 후송해야 할 것 같습니다. 큐리언님의 검을 가지고 있는 걸로 봐서 큐리언님에 대한 해답도 들을 수 있을것 같군요."
베르너도 동의했다.
한편 대륙의 섬 외각에서는 거대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었다.
수백년동안 이어진 전쟁에서 승리한 인페르노 나이트. 그들은 패왕 뮤라크를 증오하고 있다.
래이앤은 모두가 알던 그녀가 아니었다.
상처는 치료되었고 무사히 치료소에 안치되었지만, 의식이 돌아온 뒤에도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래이앤 경!"
조사를 위해 래이앤의 병실로 온 야릭 대위는 답답했다. 그의 뒤에 서 있는 두 명의 병사도 얼떨덜한 표정들이었다.
"어서 말해주십시오!! 큐리언 프리져드경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
래이앤은 누운 상태에서 멍한 표정으로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야릭 대위도 포기한 듯 했다.
그래도 조사 결과를 기록해야 했기 때문에 간단히 메모를 한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병사들에게 말했다.
"큐리언 프리져드님과 친분이 있었던 분들중 지금까지 누가 살아계신다고 생각하나?"
"음..."
한 병사가 말했다.
"쥬노 장군님이라면...?"
야릭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분이 이번 일을 도와주셔야 할 것 같다."
바르슈레프 수도내에 위치한 거대한 저택
저택안의 공터에서는 훈련용 허수아비를 상대로 열심히 검술을 익히는 청년이 있었다.
쿵쿵! 계십니까!
저택 정문에 앉아서 담배를 피던 경비병이 벌떡 일어나 문으로 달려갔다. 경비병의 반응에도 청년은 계속 훈련에 몰두중이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왕성에서 왔습니다. 쥬노 루이스경을 뵙고 싶습니다만.."
청년의 귀가 꿈틀거렸다. 할아버지를??
"할아버님께서는 이미 공직에서 물러나셨다. 거동이 불편하신데 왜 자꾸 찾느냐!!"
"도.. 도련님!"
철컥. 문이 열리고 장군 한 명과 병사들이 들어와 무릎을 꿇었다.
"왕국의 문제가 걸린 일입니다. 쿠르젠 루이스 기사님.."
"....."
쿠르젠은 입술을 깨물었다. 또 위기인가...
쥬노는 서재의 소파에 편안히 앉아있었다. 오랜 세월이 흘렀다. 그의 나이도 이제 80세.
바르슈레프를 위해 수많은 공을 세웠고 가장 위대한 장군으로 남는 전설적인 효웅이었다.
"부탁드립니다."
장군은 쥬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
쥬노는 큐리언 프리져드와 그의 일가를 회상해보았다. 그가 젊었을적 큐리언은 전설이었다.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했던.. 이 시대 최후의 홀리 나이트였다. 다르엔 프리덤 또한 그랬다. 조용하지만 언제나 결단력이 있었고, 큐리언을 보좌하는 동시에 그 둘이 그렇게 어울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들 둘 사이에서 태어난 래이앤 프리져드.
쥬노는 생각이 꼬이는 동시에 속이 미식거렸다. 대체 왜...
다르엔의 반란 당시에도 이런 느낌이었다. 쥬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내하게"
래이앤은 쥬노가 왔을때도 그대로였다.
"래이앤.."
80세가량의 쥬노와 약 50세가량의 래이앤은 사실 따지고 보면 그리 나이 차이가 나지는 않으나, 그들의 외형으로 보았을때는 손녀와 할아버지같다.
"큐리언은 어떻게 된 거냐.."
역시 말이 없었다.
쥬노는 그대로 가만히 있기로 했다. 어떤 일이 벌어졌든 일단은 함께 있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약 3시간이 흘렀다. 뒤에서 지켜보던 병사들이 식사를 하러 일어났을 시간이었다.
"나는..."
래이앤이 입을 열었다.
"모든 걸 알아버렸어요. 그리고..."
래이앤의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제 전.. 저의 전부가 아닙니다."
"???"
쥬노는 이해를 하지 못했다.
"무슨...?"
"어머니가 하셨던 말씀이 기억나는군요. 그때 막았어야 했습니다... 아버지는 바보에요... 자신이 그렇게 될 줄도 모르고 어머니를.."
"큐리언이 어떻게 되다니!! 무슨 말이냐!!! 큐리언은 너가 죽인 것이 아니냐!?"
"내가 갔을 때는 이미... 아버지의 검밖에 찾을 수가 없었어요....."
남부 해변. 예전에는 아브로 왕국이 있었던 곳이다. 지금은 바르슈레프 령으로서 아브로 요새가 있는 영지이기도 하다.
[콜록 콜록]
검은 기사의 투구에서 나오는 기침 소리는 인간의 목소리라고 하기는 어려웠다.
[뮤라크는 어디에 있는 거지?]
[글쎄...]
인쿼지션은 뭔가가 자신의 의지에 개입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나만 그런 것인가?]
[아니 이곳 모두가 그렇다... 알 수 없는 향수감이라고 해야 하나..]
저스티스는 그렇게 짧게 대답했다. 그들의 목적은 뮤라크. 그리고 가능하다면 이곳의 정복이다. 물론 뮤라크가 있는 한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들은 이 대륙에 도착한 후 이상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뭔가가 그들의 의지에 개입하려 하고 있는 것...
[가자]
철커덕. 저스티스의 몸에서 기계음이 났다. 9명의 기사들은 천천히 발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만약..."
래이앤이 중얼거렸다. 결코 쥬노에게 말하는 것 같지 않았다.
"우리가 하나가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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